-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16.06.03.
- 조회수6,124
KIMM 뉴스레터 개편을 준비하던 5월, 첫 주제에 대한 고심 끝에 가정의 달 행사만큼이나 의미있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누군가는 연구실에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또는 기숙사를 오가는 길목에서 우리 KIMM 안의 다양한 외국인 구성원과 마주치곤 한다.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과학기술이라는 한 운동장에서 세계 각 국의 연구자와 실력을 겨루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타국 생활은 때로는 이를 악물고 신발끈을 다시 묶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또는 혼자 주저앉고 싶게 만드는 어려움일 수 있다. 조금 용기내서 건넨 인사 한 마디로 누군가의 마음에 따듯함을 전할 수 있다면 그만한 기쁨이 또 있을까.
중국 산동성 연태시에서 석사시절 한국 유학을 떠나 온 중소양씨는 천천히, 하지만 또렷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환하게 웃으며 한국 생활과 KIMM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소양씨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유학생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 같다. 태양전지에 대한 관심으로 연구를 시작한 그는 최근 유연성투명전극을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는 이제 반 년이 넘었어요. 조국인 러시아 모스코바 대학에서 나노기계를 전공했는데 결혼 직후 KIMM과 교류가 있던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국행을 택했어요. 모스코바 대학에서는 인쇄산업에 대해 배웠는데 보다 실용적인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에 결심했죠" 연구생활을 위해 한국에 처음 찾아온 올가에게 한국은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전자산업 강국으로 느껴졌다. "인쇄산업도 분야가 각양각색인데 대학원 과정에서는 보다 실용적인 연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모스코바 대학과 KIMM은 2-3년 전부터 연구협력을 이어오던 파트너였고 KIMM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올가는 언어와 음식을 비롯해 모든 문화가 낯선 환경이었고, 학생시절에는 실험경험도 많지 쌓지 못해 처음부터 같은 연구실 식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다며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 표정을 보였다. 인쇄전자연구실에는 크게 인쇄전자라는 같은 분야에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기 다른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저절로 시너지가 나기도 했다고. "같은 인쇄전자지만 어떤 사람은 재료를 개발하고 어떤 사람은 기계를 발전시키고 각자 다른 연구를 해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연구를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마음 놓고 물어보고 배울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인 점이 정말 좋아요." 물론 한국생활을 초기에는 당황스럽고 어려운 순간도 거쳐야 했다. 한국 생활 5년차의 나름 베테랑 유학생이라 할 수 있는 중소양씨도 초반에는 연구실 박사님을 보고 중국에서 하듯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한국에서는 친한 친구 사이 에나 할 법한 손인사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때로는 연구 자체보다도 전문용어가 포함된 영어 발표준비에 시간을 더 쏟아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올해 8월이면 한국생활 6년차가 되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내공이 쌓였어요. 하지만 특히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수정하고 씨름하는 시간은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노력과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에 많이 힘이 들었어요. 대신 논문 게재가 확정되었을때는 연구실 식구들이 가족만큼이나 기뻐해줬어 요." 올가 역시 기숙사에서 KIMM 의 다양한 유학생들과 서로 각 국의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지난해에는 한국에 오자마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개최한 음식 경연대회에 홀로 나가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요리 실력도 뛰어나다. 중소양씨의 제보에 따르면 가끔 기숙사에서 동료들과 러시아 스타일 팬케이크를 만들어 함께 먹곤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외국생활의 어려움이나 자신있는 요리 같은 것 보다는 각자의 연구를 이야기 할 때였다. 중소양씨는 보다 경제적으로 투명전극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찾고, 올가씨는 인쇄전자의 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하며 서로에게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의지가 되어 주기도 한다. 중소양씨는 투명전극을 만드는데 지금 주로 쓰이는 ITO(인듐주석산화물)은 대체할 만큼 유사한 특성을 보이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ITO는 기존 물질 중 투명전극에 적합한 투명성과 전도성이 우수하긴 해요. 하지만 산업계는 이 물질보다 더 값이 싸면서도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물질을 찾고 있어요. 이 연구실에 온 이유도 최근 2-3년 간 연구계에서 주목받는 장비인 `광소결장비` 를 활용해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짧은 시간 안에 유연성 기판에 데미지를 적게 주면서도 성능이 뛰어나거든요." 올가는 소재가 아닌 ITO 제작 공정에 대해 연구한다. "기존 ITO는 대체로 진공공정으로 만드는데 장비가 크고 가격이 비쌉니다. 이걸 용액공정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광소계열장비를 이용해 보다 진공공정을 보다 경제적인 용액공정으로 바꾸고도 같은 효율과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서로 큰 줄기 아래서 각자 연구의 깊이를 더해가며 서로에게 친구가, 때로는 동료 연구자가 되어주고 있는 두 사람 손에서 투명전극 연구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기를 기대해보면서 이번 소개를 마친다. |
- 담당부서 대외협력실
- 연락처 042-868-7186